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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 2016

사용성 테스트, '질문'보다 '관찰'

written byScott Im
in category Design, UI/UX

사용성 테스트에 대한 얘기는 조금만 하려고 한다. 자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은 다른 UX 전문가분들이 정리한 글에 더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 가지만 강조해서 얘기하고 싶다.
각 회사마다 UX 관련 팀들이 존재하고 자체적으로 Usability Test(이하 UT)를 시행하기도 하고 외부 UX 전문업체를 통해 진행하기도 한다. 둘 다 각 회사의 상황에 맞게 진행하면 된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절대적으로 UT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의무적으로 테스트를 해야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용자에 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개발 리소스가 많이 투입되기 전에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도 했다. – 다른 장점들은 어느 정도 #1에서 소개했으니 참고하길.
UT 진행 방식이나 세부적인 스타일은 회사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관찰’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가끔 UT진행자가 사용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결과를 끌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히 잘못된 접근이다. 사람은 의외로 ‘왜’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UT를 진행하면 사용자에 따라서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거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아… 네, 그렇군요.’ 정도의 동조하는 듯한 말로 대응하고 무시하면 된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사용자의 의견이 아니라 핸드폰을 조작하는 손가락의 모습이다. 외의로 손가락은 입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왜 사용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안 될까?

이와 관련된 재밌는 실험이 하나 있다.

[이미지 출처 : DesignDB]

뇌량이 절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뇌량이 끊긴 환자를 실험해 보면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언어입니다. 언어를 관장하는 대뇌피질 부위를 ‘언어 영역’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뇌 왼쪽에 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90퍼센트 정도 되는 사람들이 왼쪽에 가지고 있습니다.
우뇌와 좌뇌는 몸을 좌우로 교차하여 조종하고 있어서 오른쪽 시야에 글을 보여주면 좌뇌에 정보가 전해지므로 문제없이 읽을 수 있겠죠. 언어 영역이 있으니까.
한편 우뇌에 ‘열쇠’라는 글자를 제시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혹은 “뭔가가 보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이렇게 해서 언어 영역은 뇌의 한쪽에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실험을 해봅니다. 눈으로 본 단어에 해당하는 물건을 집어 들게 하는 것이죠. 왼쪽 뇌에 ‘열쇠’라는 단어를 보여주자 환자는 열쇠를 손으로 집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오른쪽 뇌에 글자를 보여 주면 “아무 단어도 적혀 있지 않아요” 혹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을 해놓고 열쇠를 제대로 골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눈으로 본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있는 것입니다.
재밌는 부분은 ‘웃으시오’라는 문장을 제시하면 정확히 하하하하하, 하고 웃습니다. ‘무슨 내용이 표시되었나?’라고 묻지 않고 그 행동의 ‘이유’를 “왜 웃어요?”라고 물으면 “당신이 재미있는 말을 했으니까요”라고 의미심장한 대답을 합니다.
‘웃었다’는 자신의 행위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벌써 웃어 버렸으니까요. 그 상태에서 ‘이유’를 물으면 “모니터에 ‘웃으시오’라는 글이 나왔으니까”라는 진짜 이유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가 ‘웃는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실에 맞춰 적당히 해명해 버립니다.
모니터에 ‘긁으시오’라는 글을 제시해도 머리를 긁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가려우니까요”라고 설명을 합니다. 물론 가려워서 긁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긁었다’는 사실을 해명하는 최적의 이유는 머리가 ‘가려우니까’겠죠. 이렇게 뇌는 실제로 일어난 행동이나 상태를 자기가 납득할 만한 무난한 이유를 대서 해명해 버리는 겁니다.
– ‘단순한 뇌 복잡한 나’ 중에서 – 이케가야 유지.

이 실험은 다른 현상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용자에게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면 UT가 아니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러 가지 대답 중 ‘진짜 이유’를 가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전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그 서비스를 좋아해요.”는 만들어진 이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얘기하자면, 누군가 “아이유가 좋아요. 이성경이 좋아요?”라고 질문을 했을 때 “아이유가 좋아요. 왜냐하면 전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수는 노래라는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에요. 배우의 연기도 결과물이지만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스스로에게 아무런 의심 없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하루정도 지난 후에 깨달았다. 내가 아이유에게 호감을 갖게 된 건 ‘프로듀사’라는 드라마 때문이었던 것이다. 나는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해놓고 의식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 실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당장에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며 ‘왜’ 좋은지 계속 생각해 본다면 정확한 이유를 찾게 되는 음식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연인에게 “넌 날 왜 좋아해?”라는 질문을 하고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만들어진 이유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무의식이 크게 작용하는데, 자신의 무의식을 읽어낼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연인은 당신을 유전적 요인과 자라온 환경을 포함한 무의식적인 원인으로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일 것 같다고 생각된다.

‘관찰’을 제대로 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UT를 위한 프로토타입이 매끄럽게 작동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조건이다. 요즘 좋은 프로토타입 툴이 많이 나오는 분위기다. 아직 20% 부족한 툴들이 대부분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언젠가 좋은 툴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해 UT를 진행하거든 꼭 참관해서 직접 관찰하기를 권장한다. 그게 어렵다면 편집이 안된 촬영 동영상을 요청하라. #1에서 말했듯이 문서나 말로 전달되는 내용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백문 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또 해당 문서는 분석자의 관점으로 보인 결과다. 직접 관찰하면 또 다른 관점으로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버리지 말자.

#2. 끝

Brunch와 Medium에서도 발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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