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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 2019

한글 디자인 배우기 #3

2018년 11월

완성형 활자 디자인 2 – 이론과 실습

이론과 실습은 기획 수업에서 정한 방향과 디자인으로 계속 글자를 다듬으며 채워가는 과정이었다.  

“아무래도 부리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민부리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제안하셨다. 초기에 부리를 넣었다가 안 어울릴 것 같아서 빼고 그렸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흐물흐물함에 난항을 겪고 있었던 시기였다. 친구에게 글자체를 보여줬더니 이런 말을 했었다.

“손글씨가 컨셉이냐?”

그 정도로 단단함이나 또렷함이 부족했다. 어차피 막막한 상황이라서 부리를 넣어보기로 했다.

해상도가 맞지 않는 화면에서는 차이점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약간 걱정을 했지만 더 안정감 있는 인상이어서 이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도 심리적 저항이 남아있어서 짧은 부리로 변경했다.

수업 1에서도 [ㅁ] 같은 자소의 왼쪽 아래에 있는 굽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었다. 일반적으로 현대적으로 바꾼다는 이유를 들어 매끄럽게 깎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본문용에선 저 작은 굽이 크기 균형을 맞추는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부리체에서 부리만 삭제해서 다듬으면 오른쪽과 같은 형태가 나온다. 이렇게 보기엔 별로 이상할 게 없어 보이지만 이 둘은 공간에 따른 시각적 크기에서 큰 차이가 있다.

두 글자가 가지고 있는 공간을 시각화하면 대략 이런 모양이 나온다. 그리고 이 둘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부리가 있는 ‘마’가 확연히 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작게 볼수록 이 크기의 차이는 현저하게 드러난다.

부리를 삭제하면 첫 닿자(자음)가 왜소하게 보이는데 이를 보완하려고 키우면 속공간이 의도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크기를 아무리 미세하게 조정해도 작게 출력해서 확인하면 의도와 전혀 다른 크기로 보여서 어렵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부리가 닿자의 속공간을 유지시켜주면서 크기를 확보해 안정감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받침이 있는 글자를 보면 차이가 잘 드러난다. 어느쪽이 더 안정감있는 구조처럼 보일까? 오른쪽과 같은 상태를 밖 공간이 많다고 얘기한다. 이 둘의 균형은 글자체의 가독성에 영향을 미친다. 절대적으로 뭐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밖 공간이 많아지면 글줄이 들쭉날쭉해져 본문용으로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홀자(모음) 기둥의 부리를 삭제하면 첫 닿자와 결속력이 약해지는 글자가 발생한다. 부리가 막아주던 공간이 열리면서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ㅇ]에서 더 심하게 느껴지는데 자꾸 간격을 좁혀서 해결하려다 보니 글자가 의도와 다르게 좁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놔두면 닿자와 홀자가 따로 놀면서 글자에 힘이 약해진다.

이런저런 요소들 때문에 선생님은 부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 수업시간에 자주 말씀하시던 것들이었는데 그때는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서 어려움을 느끼다 보니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았다. 고딕 활자들은 구조적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는 것 같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변경된 부분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크기를 키웠고 짧은 부리를 추가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획들을 더 뭉툭하게 변경했다.

첫 닿자의 인상을 조정했고 날카로운 획 끝처리를 더 뭉툭하게 변경했다.

획의 시작 부분에서 기울기를 없애 담백한 인상을 강화시켰다.

수업 1의 결과물(왼쪽) / 수업 2의 결과물(오른쪽)

이렇게 수업 1의 결과물보다는 한 발짝 정도 나아졌다.

아티클 Article

글자체 이름은 [아티클, Article]로 정했다. 브런치나 미디엄 같은 짧은 글이나 뉴스 서비스를 생각하며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형 활자 수업 2 끝.

그리고 전시 히읗 – 일곱 번째

수업 2를 진행하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껴 끝나면 무조건 쉬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전시 준비가 시작됐다. 같은 수업을 들었던 4명과 같은 수업의 이전 기수 학생들, 그리고 용제 선생님이 지도하고 있는 계원 예술대 학생들을 포함해 14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한글타이포그라피 학교에서는 수강생들의 결과물로 매년 [히읗] 전시를 열고 있었고 총 여섯 번 열렸다. 6회 전시는 나도 갔었는데 결과물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완성형 활자 수업을 듣게 된 계기였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전시 과정에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만큼 가장 큰 규모의 전시였다. 물론 그만큼 돈도 많이 들어갔다.

전시회는 4월에 탈영역 우정국에서 열렸다.

포스터 디자인 – 임주연

일찍 올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낮부터 전시 설치를 시작했고 나머진 퇴근 후에 합류했다.

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아침 6시 30분 설치 종료. 전시 시작

화면용 글자체라서 최대한 빛을 활용한 설치를 했다. 빔프로젝터와 라이트 박스, 그리고 아이패드를 통해 글자체의 기획의도와 인상을 보여줬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전시 일주일 전에 구조 변경을 테스트하다가 파일을 덮어썼다. 바꾼 방향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 급하게 글자체를 수정했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미처 변경하지 못한 글자들과 변경된 글자들이 한데 섞여있게 됐다. 그래서 글자체를 크게 보여주는 방식을 자제하고 작게 보여줘야 했다.

도슨트의 현장.

토요일에 설명회를 열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다. 평소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하던 타입 디자이너들도 많이 와서 조금 설레었다. 셀럽들을 만난 기분.

이때 내가 무슨 정신으로 설명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렇다.

[담재] 디자이너 최지원

[단연] 디자이너 김대욱

[하옵소] 디자이너 엄윤영

[길상] 디자이너 고경아

[푸른솔] 디자이너 임수진

[존재] 디자이너 이용제

판매했던 굿즈. 마켓히읗에서 계속 판매중이다.

[숨] 디자이너 박한솔

[추월] 디자이너 오이담

[권운] 디자이너 정미리

[소슬] 디자이너 나호진

[딥슬립] 디자이너 임주연

[새얀] 디자이너 진한솔

[시월] 디자이너 강인구

함께 전시를 했던 분들의 작업물이다. 유독 이번 전시회에는 본문용 글자체와 세로 쓰기가 많았다.

너무나 멋진 히읗 전시 디자이너들

이렇게 힘들게 준비했던 전시회 끝.


다음 글 미리보기 :

한글 디자인 배우기 그리기 #4 : 또 변경되다.


UX/UI Designer 당분간은 Typeface Designer

소소한 글자체 작업 인스타그램 계정 :  frozen_sound.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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